
지난달 '앞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바카라 에볼루션 답입니다. 이 패기 넘치는 다짐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11골로 득점 단독 선두. 수원FC전 다이빙 헤더 역전 결승골, 안양전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골 등 허투루 넘어갈 골은 없습니다. 눈에 피멍이 들고도 현란한 바디 페인팅과 함께 터뜨린 지난 대구전 원더골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습니다.
2018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경쾌한 돌파 능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이름까지 바뀌어야 했던 바카라 에볼루션. 단순히 '개명 효과'만 이유로 들기엔 설명이 부족합니다. 과연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가장 확실한 '비포 앤 애프터'를 알기 위해선 오랫동안 봐온 지도자의 시선이 필요했습니다. '전세진' 시절 매탄고등학교에서 직접 지도하고, 수원에서도 코치로 바카라 에볼루션를 지켜봐 온 주승진 현 프로축구연맹 TSG(기술연구그룹) 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수원 시절 통산 86경기에 출전해 9골에 그쳤던 바카라 에볼루션. 하지만 올해는 16경기에 나서 11골을 폭발시켰습니다. 그동안 좌우 가리지 않는 측면 공격수에, 때론 최전방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했던 바카라 에볼루션는 올 시즌 오른쪽 측면 공격수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주 위원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이 포지션에서 수비를 등지고 버텨내는 플레이에, 눈에 띄는 발전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카라 에볼루션 장점은 공격 3분의 1 지역, 즉 '파이널 서드'에서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오른쪽 측면에서의 플레이가 단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수비를 등지는 플레이가 좋지 않았는데요. 연맹 TSG 위원으로서 올 시즌 전북 경기를 분석해 보니, 그런 등지는 플레이에 있어서 전진우는 볼 소유도 되고, 탈압박도 되면서 오히려 전진성이 생기더라고요.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낸 게 지금 상승세의 일부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헤드업 드리블'이 만든 여유와 판단력
주 위원은 바카라 에볼루션 달라진 드리블 스타일에도 주목했습니다. 드리블을 할 때 머리를 들고 주변 상황을 살피자, 선택지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합니다.
"드리블 할 때 전진성이 좋아졌고, 그다음 머리를 들어 올리는 '헤드업' 드리블을 하더라고요. 전에는 땅만 보고 드리블을 하다가 수비와 부딪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이제는 전방을 내다보면서 '솔로 플레이'를 할 건지 동료를 활용해 '조합 플레이'를 할 건지에 대해 판단이 굉장히 간결해졌습니다. 머리를 들어 올리면, 상황 인식은 좀 더 폭넓어집니다."
■ '한 박자 패스 타이밍이 늦다'? 사실은 계산된 플레이
지난 시즌까지 수원·전북 팬들이 공통적으로 바카라 에볼루션에게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은 '패스를 줄 때 안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경기 템포를 잡아먹는다는 지적인데요. 하지만 주 위원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실 때 제 타이밍에 패스를 안 주는 거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바카라 에볼루션는 수비를 끌어당겼다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우리 편한테 볼을 주는 유형이에요. '아이솔레이션'이라고 하죠. 이렇게 수비를 끌어당기는 유형의 선수는 지금까지 제가 겪어온 선수 중 처음이에요. 전북에서는 그런 플레이가 잘 통합니다. 바카라 에볼루션가 수비를 끌어당기면, 강상윤 등 미드필더들이 하프 스페이스, 자꾸 백라인 뒷공간에 침투를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바카라 에볼루션한테 또 다른 공간이 생기고요. 바카라 에볼루션는 축구 수준이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안 맞을 수도 있는 유형이죠."
■ '수원 유스’의 무게, 그리고 기대의 역설
매탄중·매탄고를 나온 바카라 에볼루션는 수원 유소년 시스템 출신입니다. 하지만 그 출신이 때로는 선수 본인에게 짐이 되기도 했다고 주 위원은 회고했습니다.
"전진우에 대한 수원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습니다. 하지만 유스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 곧바로 성공한다는 건 확률적으로 상당히 낮습니다. 당시 전진우가 미들라인에서 패스 미스를 많이 하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전진우는 파이널 서드에서 득점을 만들어내는 선수인데, 수원에서 요구한 조직적인 플레이는 전진우에게 버거웠을 겁니다. K리그엔 수비를 잘하는 베테랑이 많습니다. 수비 경합 상황에서 피지컬도 많이 요구하는데 전진우에게는 버거웠죠. 전진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포용력이 필요했습니다. 어디서 어떤 플레이를 잘하는지를 파악해야 했죠. 바카라 에볼루션 성격도 여린 부분이 있었고요. 하지만 당시엔 그런 걸 고려할 환경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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